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50270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5027019300214?via%3Dihub

우여곡절 끝에 박사학위로 했던 실험연구가 저널에 억셉되었다. 9번 만에 억셉인줄 알았는데 다시 새어보니 10번째 만이네.. 후아.. 2017년도에 막 학위 따고 투고 준비할 때…. 연구 아이디어를 상상하던 전공의시절에 페북질했던 글이 뜨길레 신기해서 캡춰해 둘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여하간 이 감격이 가시기 전에 페북에나 어울릴 법한 잡썰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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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수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시도해본다.

이 연구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그 신경이 연결된 근육은 ‘탈신경’ 상태.. 즉 정상적인 신경조절에 의해서 수축하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탈신경된 근육의 포도당대사가 증가하고, 그 증가 때문에 근육세포에서 포도당섭취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이용해서 방사성물질을 붙인 포도당을 주입하고 그 신호를 이용해서 문제가 생긴, 즉 탈신경된 근육을 (포도당을 많이 빨이들이니까) 영상화해서 말초신경손상이 발생한 환자에서 진단목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용이다.

여기까진 심플한데 이 내용을 어디서 발표를 하면 늘 받는 첫번째 질문이 “그러면 도대체 왜 탈신경 근육에서 포도당대사가 올라가나요?” 이다. 나 역시도 적절한 합목적적인 이유를 대기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현상 자체가 본질적으로 우리의 직관과는 다소 상충하기 때문이다. 포도당은 근육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이다. (물론 근섬유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고등학교 과학시간에도 배우듯 근육을 쓸 때 근육은 포도당을 후루룩 섭취해서 해당과정으로 에너지를 얻고, 또 글리코겐 형태로 포도당을 저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탈신경이 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마비된 근육이 왜 굳이 포도당 섭취가 늘어날까?

연구를 시작하고 이 현상의 여러 특성을 탐색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가 않았다, 그러나 분자수준에서 그 기전을 탐색하는 일은 나의 졸렬한 기초, 생화학 지식으로는 눈감고 물속을 헤매는 것 마냥 혼돈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탈신경된 근육에서 역설적이게도 mTOR(mechanistic target of rapamycin) 라는 분자경로가 항진된다는 보고를 만났을 때, 왠지 포도당 대사 증진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역설적인 이유를 설명해보자. 탈신경된 근육은, 즉 신경으로부터 정상적인 조절, 수축을 위한 자극을 받지 못하는 근육은 점차 퇴화되어 결국 말라붙어서 지방조직 같은 것으로 대체된다 (이화작용, catabolic). 그러나 mTOR 경로는 기본적으로 그와 반대로 세포를 키우고 증식하고 살찌우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동화작용, anabolic) mTOR는 억제하는 약물이 항암제로 쓰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와 관련이 있겠다. 여하간 그래서 탈신경 근육에서 mTOR가 항진되는 건 뭔가 아구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포도당 대사의 증진도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왜 도대체 근육은 탈신경 후에 포도당대사도, mTOR도 증가하는 걸까?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잡썰이다. -_-;;; 이 이야기를 감히 박사심사 때 떠들었다가 심사위원장님으로부터 개똥철학이라고 쫑크를 받았다. 지극히 온당하신 지적이었다. 내가 잠시 미쳤던 거 같다… 직관적으로 현상을 순식간에 이해하지 못하는 나같은 범인은 이런 경우 어떻게든 이해할 법한 스토리로 만들기 위해 비유를 동원하기 쉽다. 그래서 진부하고 비루하지만 근세포를 한 나라의 경제라고 생각해보자.-_-;;; 이 세포가 신경으로부터 적절한 자극을 받고 수축을 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이다. 이 신경의 공급을 세계경제의 호황 혹은 우리 경제의 내실(펀더멘털이라고 그러나?)이라고 치자…. 이게 끊기면 경제는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결국 모라토리엄에 이를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국가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치게 되는데 화폐를 마구 발행할 수도 있고, 대규모 토목공사 같은 것들을 일으키는 경기부양책 (양적완화)을 쓰게 된다. 즉 전체적으로는 망하는 그 과정이 단순히 내리막길은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조건이 좋아지면 (신경이 연결되면) 빠꾸할 수도 있는 것이고… 탈신경 근육도 신경이 딱 끊기면 근육세포는 어쨋거나 불리한 조건속에서도 초기에는 mTOR를 동원해서 뭔가 꿈쳐두었던 비상용 단백질들을 막 합성하고, 그 동력으로 포도당도 막 끌어다 쓰다가 결국에 제풀에 지쳐서 말라죽는게 아닌가……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난 생화학자도 아니고, 경제학자도 아닌 그저 근전도 검사를 쬐금아는 임상의사일 뿐이니 진지한 반박은 사양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기대감을 가지고 mTOR를 억제하는 약물인 rapamycin을 주입한 쥐에서 탈신경 근육의 포도당 섭취를 봤더니 명백히 주입하지 않는 쥐의 탈신경 근육보다 포도당 섭취의 정도가 줄었다. (물론 그 결과가 mTOR와 포도당대사의 직접적 관계를 증명하는 건 아니다.) 이 결과를 처음 받았을 때 뛸듯이 기뻤고 이제 박사는 순탄히 가겠구나…. 그리고 이 논문은 CNS급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_-;;

뭐 말초신경은 이름이 말초라서 그런가 아무도 관심 없구나하는 자괴감도 때론 들었고, 나도 남들처럼 IF 좋은 저널에 한번 실어보고자하는 욕심이 들었지만 반복되는 리젝 끝에 겸손함마저 장착하게 되었다. (타짜에서 조승우의 대사가 떠오른다.) 얼굴도 모르고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이름은 생판 첨 들어보는 사람의 글을 실어주는 것만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물론 돈을 내긴 한다만..-_-;;)

결과를 떠나서 이미 알고 있는 슬픈 사실은 내가 앞으로 동물실험을 얼마나 할지 모르지만 이것보다 더 명징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 그리고 이것만큼 재미있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다. 앞으로 계속 뭔가 이런 걸 해야할 입장인데….. 상처받아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송충이가 솔잎먹고 살아야지 남들이 관심가지건 말건 걍 이쪽으로 쭉 팔까싶다….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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