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야기 #15>캐나다에서 피싱당한 이야기
좀 지난 이야기인데 갑자기 생각나서 정리해보자. 한국에서도 각종 피싱 관련 문제가 많은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개통한 현지 핸드폰 번호로 정체불명의 전화가 오는 경우가 참 많다. 영어가 짧지만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뭐라뭐라 한 다음에 Chinese로 대화하려면 2번을 눌러라..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끊으면 된다. 듣자하니 북미에 중국발, 인도발 각종 피싱이 횡행한다고 한다.
오만함은 늘 경계하고 또 경계해도 모자라지 않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내가 피싱을 당할 거라고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 초에 페북에서 유명한 계류낚시 장비 브랜드인 simms (심스)에서 거의 80%에 가까운 세일을 한다는 홍보 사이트를 보게 되었다. 호기심에 클릭을 했더니 평소에 눈여겨 보던 장비들을 정말 놀라운 가격에 팔고 있는게 아닌가? 심스 제품은 고급 브랜드인만큼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와서 큰 맘 먹고 심스 낚시조끼 하나 아웃도어 매장에서 구매해서 쓰고 있는 것 외에 나는 심스 제품 근처도 가본 적이 없었다. 어쨋거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평소 탐내던 물건들이 말이 안되는 가격에 나와 있길레 허겁지겁 장바구니에 담았다. 금액을 확인해보니 총 대략 150불 (한화로 15만원 가량)이 되었다. 원래 가격으로 하면 100만원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고 결제를 누르기 직전, 등골에 싸해지면서 여러 상념이 스쳐지나갔다. ‘SNS 홍보에서 물건을 사본 적이 없는데…… 이래도 되나… 물건이 너무 싼데? 이거 뭔가 구리다. 설마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이런 것도 못 걸러낼까……’ 그러나 그 순간 솟구친 물욕이 의구심을 이겨버려 기어이 카드정보를 넣게 만들었다. 결제 완료 메세지가 뜨는 순간 당했음을 직감했지만 이미 늦었다.
다시금 해당 사이트를 뒤지며 복기를 해보니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렇지만 결제 후 메일로 친절히 배송 트래킹 정보가 날아왔고, China post라고 이름 붙은 홈페이지에서 송장번호를 넣으면 지금 물건이 선적되었다. 어쩌고 저쩌고 메세지가 업데이트 되어서 정말 헷갈리게 했다. 피싱의 확률이 거의 90프로였지만 도대체 이놈들이 어느정도로 정교하게 구라의 세계를 구축하는지 궁금했다. 바로 은행에 가서 결제를 취소할까 하다가 배송추적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기다려봤다. 혹시 진품은 아니더라도 흉내낸 짝퉁이라도 오면 뭐 그냥저냥 물건을 쓸 마음도 있었다. 2주 가량 배송추적이 끝나 배달 완료라고 뜨는 날, 물론 물건은 오지도 않았고 물건을 팔던 웹사이트는 그날 맞춰서 기가 막히게 폭파되었다.-_-;;;
다행히 여기는 뒤늦게라도 은행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몇 가지 절차를 거치면 결제한 내역을 환불해준다.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익숙하다는 듯 환불절차를 진행해줘서 다행스럽게도 결제한 금액은 모두 환불을 받았다. 대기줄에서 기다리며 떠오른 농담을 짬이 났을 때 했더니 창구직원이 신나게 웃어줘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 A fisherman has been phished by a phishing website which sells fishing gears.”
-이 중국 사기꾼들이 나쁜 놈들인 것에 틀림이 없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물욕에 휩쌓였던 나에게도 분명 귀책사유가 있다.
-다른 종류의 유혹에는 비교적 괜찮은데 낚시물품이 주는 유혹이 나에게 유달리 강렬했다. 즉, 이 분야가 나의 급소인 것이다.
-악마는 늘 제일 좋은 곳을 노리고 들어온다. 즉, 내가 제일 좋아하고 행복한 것들은 뒤집으면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나저나 어차피 저렇게 전산으로 환불될 일인데 왜 저런 사기를 칠까? 귀찮거나 모르거나 까먹어서 환불되지 않고 송금이 진행되는 5% 미만의 부스러기 이익이 ‘구라의 세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