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낚시 이야기>

작년 시즌은 왠지 강가에 서기가 그랬다. 연수를 마치고 귀국은 했지만 아무것도 정리가 안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두 세번 나갔나? 그저 강바람에 물냄새만 맡고 돌아왔다. 오늘 모처럼 여유있는 토요일이다. 올 들어 처음….아니구나.. 잠깐 왕숙천에 다녀왔구나…. 여하튼 제대로 채비를 차리고 한강에 나갔다. 예전엔 이맘 때면 참 열심히 한강을 다녔는데 이제는 뭔가 힘이 딸린다. 일도 그때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말이다. 30대에는 정말 기를 쓰고 강가로 달려갔던 거 같다.

강가에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특히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몇 년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여러 감상들을 뒤로하고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집중을 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익숙한 물냄새가 그리웠을 뿐이다. 한 30분 루어를 던지고 감던 차에 덜컥 들어온 입질….. 익숙한 꿀렁임… 쏘가리다! 물 밖으로 건져낸 녀석은 30cm이 안되는 적당한 쏘가리. 한참을 녀석의 통통한 살을 쓰다듬고, 냄새를 맡았다. ‘그래 바로 이 감각이었어’ 쏘가리 낚시의 태두, 작고하신 위수 김홍동 옹께서는 늘 그 해 첫 쏘가리는 사이즈를 불문하고 바로 방생하셨다는 글을 인상깊게 읽었다. 감사한 마음을 가득 받고 바로 물속으로 보내주었다.

사람처럼 물고기도 먹을 때 먹는다. 이른바 피딩타임이다. 한번 고기가 나오면 다시 입질을 올 확률이 크게 늘어난다. 모든 감각을 집중하여 캐스팅과 릴링을 반복하던 찰나에 다시한번 익숙한 입질과 꿀렁임… 아뿔싸… 설 걸렸는지 바로 빠져 버린다. 진짜 피딩이구나… 위치를 조금씩 옮겨가며 캐스팅을 하던 중 덜커덕 큰 입질이 들어온다. 앞서 몇 번의 입질 덕에 이전보다 조금 침착해졌다. 1~2초 기다렸다가 훅킹…… 이 녀석은 절대 떨어뜨릴 일이 없다. 순간 전해오는 무게감이 예사롭지가 않다. 대물의 기운이 로드를 통해 전해져 온다. 그런데 손맛이 이상하다. 앞서 말한 것 같은 꿀렁임 대신 폭발적인 달리기로 분노를 표출한다. 강준치라고 하기에는 스테미너가 너무 강하고, 런커급(보통 오짜이상) 배스인가? 그런데 얼뜻 비치는 어체가 길쭉하다…… 배스는 아닌데… 뭍으로 나온 녀석은 60은 훌쩍 넘어 보이는 가물치였다. 내 기억에 한강에서 가물치는 이 녀석이 두 번째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녀석은 처음이다. 옆에서 붕어낚시 하시던 조사님이 뛰어오셔서 랜딩을 도와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셨다. 하도 힘이 좋아 바늘을 빼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바로 풀어줄까 했는데 오늘은 왠지 이대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 꿰미에 꿰어서 총 조과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녀석을 꿰미에 꿰어 물속에 던져 두었다. 역시나 이어지는 낚시에 쏘가리 두 마리를 더 낚았다. 전혀 기대 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조과이다. 아내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오늘은 왠지 고기가 나올거라고 하더니 정말이네’ 라는 답을 받았다. 사실 매번 나갈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_-;;;

곧 아버지 생신이라 마지막에 낚은 삼짜 쏘가리를 챙겨올까 하다가 녀석의 눈망울을 보고 접었다. 까짓 쏘가리 매운탕 아니라도 먹을 것이 널린 세상이다. 한놈 한놈 작별인사를 하며 강물로 보내고 아쉬움 없이 돌아섰다.

감사한 마음에 돌아다니는 비닐봉지를 하나 줏어서 돌아오는 길, 강가에 보이는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담았다. 생각해보면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생산한 쓰레기만 열심히 챙겨서 담아오며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저 양심없는 사람들… 난 내 할일을 다 하는데….’ 오만하고 교만했다. 강은 나에게 이렇게 큰 기쁨을 주었는데 나는 그동안 강을 위해 뭘 했나.

여하튼 2026년 한강에서 쏘가리를 재회한 기쁨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이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고기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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