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공원 로드트립 정리 #3 마지막- Minor tips>

<미국 국립공원 로드트립 정리 #3 마지막- Minor tips>

1) 미리 공부하기
어느 여행이든 마찬가지지만 아는 만큼 보이게 되고, 공부하는 만큼 흥미가 생긴다. 억지로 미리 공부할 것까지는 없지만 방문하게 되는 주, 도시, 공원에 대해서 위키나 나무위키 정도의 지식만 잠깐 읽고 가도 여정이 더 즐겁다. 예를 들어 네바다는 스페인어로 ‘눈이 덮힌’ 이란 뜻인데 은광이 많아서 The Silver state라고 불렸고, 캘리포니아는 금광이 많아서 The Golden State, 애리조나는 구리광산이 많아서 The Copper State…. 이런 식의 잡지식들 말이다. 문제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국립공원에 가면 핸드폰 데이터가 안되기 때문에 뭔가 궁금한게 생겨 찾아보고 싶은 순간에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경유지 숙소에 들어갈 경우 와이파이를 잡아 다음에 가야할 주, 도시, 국립공원에 대한 정보를 후다닥 미리 읽어보는 식으로 떼웠다. 그러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심심하면 애들한테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는 척도 하고 그랬다. 사실은 벼락치기한 것들인데 말이다.
그리고 국립공원에 들어가면 워낙 스팟들이 많아서 어디를 가야할지 참 애매하다. 미리 멘토들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여행 유튜버들이 올려놓은 10분 내외의 영상들 몇 개 보면서 우리의 일정에서 최적의 스팟, 하이킹 코스 같은 것들을 대략 정하고, 구글맵에 저장하였다. 물론 현장에 가서 상황에 따라 계획대로 한 것도 있고 변경한 것도 있다. 워낙 짧은 기간동안에 여러 장소를 방문하는 일정이고 준비할 것도 많아 출발 전에 모두 공부하기는 버거웠다. 그때그때 이동하면서 경유지에서 쉬면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2) 구글맵
앞서도 여러 번 나왔지만 구글맵을 끼고 다니는 여정이다. 네비게이션으로도 써야 하고 항상 뭘 검색해봐야 하니 당연히 앱 사용에 숙달되어야 한다. 특히 미리 다음에 방문할 국립공원, 혹은 경로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해서 미리 ‘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를 해놓은 것이 매우매우 중요하다!! 백업 차원에서 나와 아내 중복으로 지도 다운로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둘 다 지도 다운로드가 안되어 있어서 약간 헤맬 뻔 한 적이 있었다. 외삼촌 조언에 따라 CAA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미국 각 주별 오프라인 지도도 미리 준비해서 차에 넣어 두었는데 다행히 쓸 일은 없었다.

3) 지질학 용어 / 야생동물 / 별자리
미국에서 NP가 선정될 때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가 지질학적 특성이라고 한다. 즉, 지질학적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어야 NP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NP를 가면 특이한 지질학적인 모습 (대표적으로 Grand Canyon)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질학 용어에 생소하다보니 안내판 같은 것을 읽어도 낯설어서 자꾸 피하게 된다. 막상 핸드폰을 열어서 찾아보려고 하면 인터넷이 안된다. -_-;; (그러고 보니 영어 사전을 다운로드 받아야 갔어야 했네..) Mesa, Butte, Hoodoos, Geyser 뭐 이런 용어들을 미리 조금 공부해두면 좋지 않을까 한다.

두 번째로 미국 NP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야생동물이다. 특히 옐로스톤의 야생동물을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테마로 간주된다. 북미에 서식하는 포유동물 도감 (생각보다 대형 포유류의 경우 종이 많지는 않음)이나 조류 도감 정도 준비하고 쌍안경 하나 정도는 차 안, 손 잡히는 곳에 늘 가까이 두고 다닐 필요가 있다. 나는 조류관찰용 필드 스코프도 챙겨갔지만 생각보다 썩 재미를 보진 못했다. 이 정도 장비는 작정하고 특정 스팟에서 야생동물을 기다리는 정도의 수준에서 활용도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로드트립에서는 무리였다.

마지막으로 Jeong-Ho Woo 선배님도 언급하셨듯 NP들은 별을 보기에 아주 좋은 곳들이 많다. 그랜드 캐년도 그렇고, Arches 도 미국 안에서 손 꼽히는 별보기 장소라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서부 캐년을 다닐 때는 마침 보름달이 한창이라 별, 은하수를 보기 쉽지 않았다. 대신 달빛이 얼마나 밝은 지.. 옛날 사람들이 달빛만으로 어떻게 생활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옐로스톤에서 캠핑할 때가 그믐이라 거기서 밤늦은 시간 탁트인 옐로스톤 호숫가로 가서 은하수를 비롯한 별보기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북미는 어디든 한국보다는 별보기가 좋은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캘거리, 밴프도 별보기 정말 좋다. (나는 사실 별에 아주 큰 관심은 없다) 별보는 것에 아주 관심이 있다면 미리 앱도 깔고, 일정을 짤 때 보름달 여부 같은 것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밤에는 어디든 춥기 때문에 방한을 잘 해야하고, 빛 공해가 없는 탁 트인 곳을 찾아서 하늘을 계속보면 별똥별 하나 정도는 손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의자에 앉아 별을 보며 늦은 밤까지 숨죽이는 시간은 나중에도 참 그리울 것 같다.

4) 시뮬레이션
1달 가량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캠핑으로 하고 돌아다니는 일이 해보지 않으면 심적 부담이 크다. 우리는 6월 30일에 출발하기에 앞서 6월 초에 이웃 주인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유명 관광지인 밴쿠버섬으로 일주일 정도 자동차를 끌고 캠핑을 다녀왔다. 캘거리에서 밴쿠버섬까지는 10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또 페리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 꽤 긴 여정이다. 일종의 미니로드트립인 셈인데…. 이 경험이 미국로드트립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물건이 필요없고, 어떤 것이 꼭 필요하고 같은 중요한 팁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경험이 없으면 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오히려 미국여행을 출발할 때 짐이 밴쿠버섬을 출발할 때 보다 약간 더 적게 되었다.

5) 체력
NP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관광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보통 NP내의 특정 스팟을 가보면 trailhead를 기점으로 해서 1~2km정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왕복으로 따지면 2~4km, 하루에 두 군데만 방문한다고 쳐도 많으면 8km 가까이 걷는 셈이다. 물론 차를 타고 다니면서 view point만 찍으면서 다니는 경우는 체력부담이 덜하겠다. 그렇지만 캠핑도 하고 activity도 하면서 지내려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연수와서 기본적으로 운동을 좀 많이 하다보니 체력도 좀 좋아지긴 했다. 그리고 출발전에 아이들과 가끔 동네 한 바퀴를 뛰면서 준비를 했다. 한국에서 sedentary lifestyle로 살다가 바로 뛰어들었다면 아마 여정 중에 골병이 들었을 것 같다. 다녀와서 한 일주일 정도는 집에 짱박혀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었다.

<후기>
(1) 워낙 열심히 다녀서 크게 아쉬운 것은 없다.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로드트립형태 보단 한 두 곳을 길게, 집중적으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그랜드 캐년에서 South Kaibab trail로 콜로라도강이 있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Bright Angel trail로 다시 올라오는 루프는 한 번쯤 꼭 해보고 싶다. 몇 일 걸린다고 하는데.. 만약에 진짜 한다면 마음에 맞는 일행을 맞추고 미리 준비를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Zion 에서 The narrows를 끝까지 다녀오는 것과 (우리는 초입 2km 정도만 들어갔다가 나옴) Angels Landing이라고 절벽을 아찔하게 걷는 하이킹도 못 해봐서 아쉽다. Arches NP도 공원 초입에 있는 아웃도어 성지라는 Moab에 장기간 머물면서 진득하게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다.

(2) 미국 NP들을 쭉 다니고 다시 집근처 캐나다의 Banff NP를 들러보니 Banff의 Canadian Rockies도 정말 손 꼽히게 예쁜 곳이더라. 가까이 있어서 감동이 희석된 것 같다만….. 남은 시간동안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

(3) 의외로 또 하나 새롭게 느낀 점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조선 땅의 아름다움이다. 미국 NP처럼 엄청 웅장하거나 지질학적으로 특이하거나 그런 것은 드물지만 우리나라는 좁은 땅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곳이 참 많다. 산, 계곡, 바다, 섬 구석구석 저마다의 빛깔과 매력을 은근히 숨기고 있다. 생각해보면 미국의 왠만한 state 보다도 작은 곳인데 말이다. 아름다움이 다양하면서도, 또 밀도있게 놓여있다. 물론 사람도 너무 밀도있게 있어서 어딜가나 바글바글한 것이 문제지만….. 우리나라 기후가 혹독하고 (사실 혹독하기는 알버타가 훨씬 혹독하다), 땅은 경작에 불리하고 어쩌고 하지만 나름 인간이 뿌리내리고 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좁은 땅에 사람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땅이 사람살기 힘든 곳이라는 주장의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많아서, 사람 때문에 살기 힘든 것이겠지…. 여하튼 한국에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한국 방방곡곡을 다녀봐야겠다. 당장 아직도 못 가본 북한산 백운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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