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비뼈 골절 투병기>
1.
한국으로 귀국하기 2주 쯤 전이었나 뒷마당에 고구마 구우러 나가다가 빙판에 발라당 뒤로 넘어져 왼쪽 갈비뼈가 나갔다. 강하게 등을 부딪히자마자 뼈가 상했음을 알았지만 그날은 사실 견딜만 했다. 다음날 조금 뻐근한 몸을 안고 YMCA체육관에 운동을 하러 갔다. 캐나다에서 턱걸이에 재미를 들려서 열심히 하던 즈음이었다. 갈비뼈가 상한 것을 알았지만 하나만 시도해보자 하고 조심스럽게 당기는데 말그대로 몸에서 ‘우지끈’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어이쿠야…. 완전 나갔구나.. 그날 밤은 침대에 누울 수도 없어서 거실의 의자에 앉아 난로불 앞에서 자야했다. 어차피 병원에 가봐야 별 방도가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귀국 후에는 누워서 잘 때 좀 불편한 것 빼고는 특별히 증상이 없을 만큼 좋아졌지만 호기심 삼아 사진을 찍어봤다. 찍고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왼쪽 6,7,8,9번 갈비뼈 뒷쪽이 아작 나 있었다. 앞톱니근 혹은 전거근이라고 불리우는 근육이 있다. 날개뼈를 우리 몸통에 붙여줘서 어깨관절을 안정시키는 아주 중요한 근육인데… 생각해보면 턱걸이 할 때 당겨 올라오면서 전거근이 상한 갈비뼈를 냅다 잡아 당겨 뜯어 버린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실 저 상태로 알버타에서 가장 큰 Lake Louise Ski Resort에서 하루 종일 스키도 타고, 이민 가방 두개와 낚시가방, 기타가방을 메고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형, 최재우 선배님, 형건이형이 도움을 받아 연구실의 쌓아둔 어마어마한 짐을 이사한 집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아마 사진을 미리 찍었다면 못했을 것이다. 이제 사실 통증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는데 사진을 보고 난 이후 왠지 모르게 왼쪽 등이 콕콕 쑤신다. 날카로운 뼈조각이 살을 쿡쿡 쑤시는 것 같다. 뇌에 각인된 저 이미지가 내 신체에 대한 뇌속의 시뮬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것이 틀림이 없다. 사람이 그렇다. 환자분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보여드리는 것도 신중해야 할 것 같다.

2.
투병과정에서 가장 괴로웠던 부분은 기침과 재채기였다. 특히 턱걸이 이후 일주일 정도는 심한 재채기 만으로도 거의 턱걸이 했을 때 왔던 수준의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었다. 재채기는 기침과 달리 불수의적인 부분이 많아서 의도적으로 억제하기가 훨씬 힘들었다. 게다가 우리집안 남자들은 유달리 재채기가 크다. 아버지부터 아들놈들까지 하나같이 크고 폭발적인 재채기를 하고 그 소리도 거의 비슷하다. 여기에는 유전적 원인과 문화적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전자에 무게를 둔다. 빛 재채기 반사로 알려진 ACHOO 증후군처럼 말이다. 여튼 나중에 초음파로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서 늑간근의 움직임을 보니 일상적인 호흡과 비교하여 훨씬 격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나에게 갈비뼈 골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수 오기 전에 축구하다가 왼쪽 앞쪽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고, 캐나다에서도 스케이트 타다가 넘어져서 앞쪽 가슴이 아팠던 적이 있으니 사실 갈비뼈 골절 전문가인 셈이다. 그런데 앞쪽 갈비뼈 골절은 기침이나 재채기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후방 갈비뼈와 늑간근이 기침과 재채기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다.

3.
또 하나 짐작되는 것은 뼈 자체에서는 심각한 통증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저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거의 없었고, 그 부위를 눌러도 크게 아프지 않았다. 숨이 멎을 듯한 통증은 턱걸이, 기침, 급격한 몸동작으로 골절된 늑골 끝이 흉막을 자극할 때 오는 것 아닐까 싶다. 문헌을 찾아보진 못했다. 여하튼 기침과 재채기를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삶의 질을 극도로 떨어뜨린다. 한번 식사를 하고 나면 기도로 상당히 많은 양의 미세흡인이 발생한다. 의식하지 않고 기침과 재채기로 기도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잘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즉, 식사를 하고 나면 기도 내의 분비물과 기침반사가 확연히 증가한다. 한번 한번의 기침자체가 극심한 통증인 상황에서는 이게 공포나 다름 없다. 내가 나름 해결책을 찾은 것은 호흡재활에 나오는 Huff Cough 기법이었다. 기침이 나오기 전에 미리 폐로 공기를 불어넣고 약한 ‘헛’ ‘헛’ 소리를 내며 조금씩 분비물들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극악했던 며칠은 밥을 먹고 나서 Huff Cough를 하며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찾아보니 다발성 늑골골절에 Huf cough가 도움이 된다는 문헌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해…
4.
연수오기 전에 우리 병원의 흉부외과와 함께 심장/대동맥 수술 환자분들을 위해서 수술전/후 호흡재활교육 및 치료 프로토콜을 셋팅해놓았다. 복귀하고 보니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생각해보니 개흉술을 하신 분들이 따지고 보면 나랑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개흉술이라고 갈비뼈를 꼭 자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기침하면 아픈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컨설트 돌 때 열심히 물어봐야겠다. 만약에 그런 경우에는 나처럼 Huff Cough를 하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나저나 언제 다시 턱걸이를 할 수 있을까?
(저 사진들은 다 제 사진이니 문제 될 일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