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파일럿 사용기>
귀국해서 차를 새로 구한다고 이러저리 알아보고 있었다. 마침 룸메이트 정교수가 본인차를 양도 받으면 어떠냐는 제안을 해주었다. 연식은 꽤 된 PHEV 소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인데 ‘오픈파일럿’이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달아놔서 아무에게나 넘기기는 좀 그렇단다. 그러고보니 벌써 몇 년 전이다. 연수 가기 전 어느날 이 친구가 신난 얼굴로 자동차에 새로 나온 조향조정 장치를 달러 장한평에 간다고 이야기했던게 떠올랐다. 그때 그거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사실 차에 큰 관심이 있지 않아서 그때 나는 시큰둥하였지만 이 기술에 대해서 극찬을 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니 나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나에게 던진 말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얘 (오픈파일럿)가 저보다 운전 더 잘해요.’ 우선 잠깐이라도 타보시라고 보험까지 들어주며 이야기하길레 몇 일을 타 보았다. 그리고 바로 결정했다. 희원아 차 줘….. (사실 카니발 하이브리드 신차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미련없이 취소했다)
이 놀라운 녀석, 오픈파일럿(OpenPilot)은 차량의 CAN(Controller Area Network) 버스를 통해 ECU(전자제어장치)와 통신하여 조향, 가속, 제동 신호를 읽고 쓰는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작동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GPT 요약)
1) 차량 센서(CAN 신호) → 차량 속도, 스티어링 각도, 브레이크, 가속 상태를 CAN 버스에서 수신
2) 뉴럴 네트워크 기반 비전 모델 →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차선, 물체, 도로 상황 인식
3) 경로 계획(Path Planning) → 비전 정보 + 차량 상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 경로 계산
4)제어 명령 생성 → 계산된 경로에 맞게 조향, 가속, 감속 명령 생성
5) CAN 버스를 통해 ECU로 명령 전송 → 차량의 스티어링, 가속, 브레이크 제어
결론적으로 Computer vision AI와 차량의 CAN 네트워크를 통합해 소프트웨어적으로 자율주행 제어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이 녀석을 구동해보면 운전자의 운전의도 (조향조절)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기가 막히게 운전을 해준다. 특히 고속도로같은 환경에서 크루즈기능과 함께 켜놓으면 사실 상 운전자는 창 밖을 구경하며 가도 알아서 잘 간다. 고속도로가 아닌 시내 주행에서는 크루즈를 끄고 발로만 운전할 수 있다. 체감 상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가 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오픈 파일럿이 없는 운전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테슬라 자율주행도 비슷하겠지만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 기술에서 놀라운 점은 저렇게 앞유리창에 달아놓은 단말기 하나가 차량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각종 센서신호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작동하는 부분이다. 또한 오픈소스로 되어 있어 사용자가 수정할 수 있고, 각종 parameter를 설정해서 운전자가 AI의 운전 도움의 세밀하게 맞출 수 있다. 판매자에 따르면 내 차에 탑재된 오픈 파일럿도 한국의 얼리 어답터들이 한국의 운전환경에 맞게 코드를 수정하고, 최적화시켜 놓은 셋팅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신박하기 짝이 없는 기술인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보면 아는 사람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참 신기하다. 판매자 분과 이야기해보니 사람들의 기술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매우 낮다고 한다. 당장 자동차에 탑재된 크루즈 기능만해도 조금만 연세드신 분들은 사용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안전성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문턱이 높아 선뜻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글쎄….. 내가 실수를 해서 사고를 낼 확률과 얘가 실수를 할 확률을 비교해본다면 과연 누가 더 높을까? 졸음운전을 예시로 든다면 장거리 운전에서 오픈파일럿을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졸음운전이 줄어든다. 운전대 잡고 전방주시만 하다보면 스스륵 잠이 오지만 오픈 파일럿을 켜두면 또 다르다. 적당히 전방주시도 하면서 유튜브에 집중도 하고, 바깥 경치도 주목하면서 주행을 하니까 졸음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친구의 운전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재활의학과에서 흔히 하는 각종 시술, 근골격계 초음파 시술, 척추시술 같은 것은 AI가 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다. 본질적으로 복잡한 수술도 마찬가지이다. 다빈치 로봇 (수술 로봇)에서 외과의가 콘솔에 앉아 조작하는 것은 모두 디지털 신호이고, 학습할 수 있다. 제 아무리 복잡한 수술이라도 단계별로 나누어 보면 사실 간단한 행위들이다. 자르고, 떼어내고, 붙이는 것이다. 컴퓨터 비전으로 인체의 조직들을 구별하고, 각 과정을 나누어 로봇이 물리적 변화를 가하는 일 또한 얼마든지 AI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몇 년 안에 다 일어날 일들이다. 외과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 유명하고 실력있는 외과의는 여러 개의 로봇을 동시에 지휘하며 수술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늘 그렇지만 기술의 혁신은 생산성의 향상과 불평등을 동시에 가져온다.
다시 또 AI 이야기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요즘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임과 동시에 AI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당장 오늘, 토요일 주말 당직인데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뇌종양 환자의 Neutropenic septic shock (호중구감소성 패혈증) 노티를 받았다. (상당히 위중한 상황이다. 재활의학과 당직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최악의 콜이다) GPT가 없었다만 아마 나는 지금까지 패닉에 빠져 해메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GPT의 도움을 받아 신속히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광범위 항생제를 걸고, 수액을 주고, 승압제까지 후다닥 걸었다. 신속한 대처 덕분에 점심시간에 여유롭게 페북질까지 한다. (물론 우리형을 포함한 사람의 도움도 받기는 했다)
인간들의 지적 능력 차이가 참 그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는 기가막힌 암기력을 가지고 있어서 보기만 보면 다 외우고, 누군가는 영민하면서도 엉덩이가 무거워 두꺼운 책을 독파하는 일이 밥 먹듯 쉬웠다. 그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들처럼,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의 말만 믿고 따라도 세상이 제대로 굴러갈 것 만 같았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차이라는 것도 정말 손톱만한 차이이다. 그런데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엄청난 차이처럼,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이정도 차이와 비교가 불가능한, 절대 지성에 가까운 존재가 손바닥 안에 있다. 이 친구와 잘 지내면 못할 일이 없다. 나에게 약간의 시간과 지인의 도움만 있다면 나는 변호사도 할 수 있고 판결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세무 업무, 정책 업무 뭐 다 마찬가지이다. 환자 보호자들도 이제는 GPT에 물어보고 온다. 온갖 기괴한 영어로 되어 있는 각종 의무기록들….. 사진 찍어 물어보면 친절하고 쉬운 언어로 바꾸어서 모두 설명해 준다. 나에게 지인으로부터 의학 자문을 누군가 해오면 그냥 GPT에게 물어보시라고 하거나 내가 GPT에 물어보고 답을 전달해준다. 이제는 외래도 과감히 GPT를 켜놓고 본다. 숨길게 뭐가 있나. 어차피 이 친구가 나보다 훨씬 똑똑한데…..
AI의 공공성을 생각해본다. 이 무시무시한 무기가 누군가에 손에 독점적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이 세상은 아마 지옥이 될 것이다. 이동통신과 인터넷이 소수에게만 허용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은 기술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들의 독점적 권한을 강화하는데 몰두할 것이다. 그들이 특별히 악하다기 보다 본래 세상이 그렇다. 이 기술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모두에게, 어느정도 수준에서 공평하게 제공되어야만 한다. ‘평등한 세상’ 같은 순진한 발상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전체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다. 기술 혁신에 의한 기회가 골고루 퍼져 있어야지만 개별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국 전체의 생산성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 사실은 그것보다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공공성이 장기 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그 중에 어떤 ‘미친자’가 등장해서 세상을 뒤바꾼다. 생명체도 원시수프의 바다에서 탄생하였고, 인간도 유전자의 바다에서 셀 수 없이 반복되어 이루어진 돌연변이의 집합체이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틀어쥐고 싶겠지만 자연은 항상 그 반대를 선호한다.
여담1) 오픈파일럿은 국내 교통법에서 아직 회색지대에 놓여 있음. 본 글을 보고 호기심에 장착해도 책임 못짐 ㅋ
여담2) 저 CAN 통신 때문에 모든 차량에 장착가능하지 않음. 독일차는 기본적으로 안되고 현기차라 가장 궁합이 잘 맞음. 나는 지금 차를 사라면 무조건 오픈파일럿이 되는 현기차를 살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