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중립성…
역시나 세월호 관련해서 아내와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등장한 이야기 한 꼭지…. 의아한 것은 이렇게 크나큰 사건에 터졌음에도 각 분야 전문가, 해양, 조선, 행정등… 학계의 목소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듣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 언론의 부족한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정도이다. 모 언론에서 국정원에서 외압이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일단 마땅한 근거가 없고 요새는 그런 건 또 다 유언비어라고 처벌한다니 논외로 하고..(지금까지의 행태로 보면 충분히 가능은 하다만..) 여하간 여기서 출발해서 다다른 것이 바로 저 명제이다. 나나 아내나 둘다 사실상 고작 대학원생에 학문을 시작하는 단계라 저런 거대한 담론에 뭔가 첨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이지만, 이 시점에 초심자 특유의 신선한 마인드로 한번 접근해보지 않으면 안될거 같다.
자연과학과 같은 분야에서 이해관계를 떠난 학문, 혹은 진리 자체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의 중립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물론 그러한 자연과학의 결과물은 그 시작점의 무관하게 사회적인, 가치판단이 필요한 이슈를 남긴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의학을 포함한 공학 등의 응용과학은 어떠할까? 우선 학문에 있어서 조금 더 목적 지향적인 명제가지고 긴지 아닌지 따지게 된다. 당연히 이해관계에 얽히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가 논문을 쓸 때 conflict of interest나 연구의 funding source등을 밝히지만, 그건 어쩌면 최소한의 방어막 수준일테고…. 어쩔 수 없이 완전한 중립성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data를 가공하는 과정, 판단의 근거가 되는 논리등은 학자적 양심에 의거한 중립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허나 현실에서 저러한 최소한의 중립성, 혹은 정의라고 표현하자면 정의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 글쎄.. 경험이 일천한 나로써는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눈칫밥으로 살펴봐도 녹록치 않을 것 같다. 결국 그 핵심에는 아마도 연구비라는 심연의 악마가 있지 않을까 한다. 국책 연구과제들의 경우 그 연구의 실제적인 이득, 인류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는,,, 이득과는 무관하게 positive result가 압도적이라는 풍문…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결국 성과가 필요하고, 그 성과는 연구비와 직간접으로 연결될 것이다… 사실 의학을 포함한 이공계에서 이런 이야기야 흔하다만.. 의외로 이 분야의 연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거 같다. 논문이나 나왔다치고 세상 사람들이 생까면 그만이니까… 허나 (내가 종사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문과쪽,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들의 경우 세상이 미치는 파장이 어쩌면 더욱 직접적이고 지대하지 않을까한다. 국가에서 발주한 여러가지 연구과제나 평가, 예측들은 바로바로 정책에 반영되고 정부에서 시행하는 안들의 근거 자료로 제시가 된다. 그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결국 국가의 발주로 이루어지게 되고, 그것을 수행하는 학자, 연구자들은 결국 그 funding을 받아 자료를 모으고 판단할텐데.. 과연 이것이 정의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미 그렇지 못한 예를 우리는 이미 보고 있다. 짐작하겠지만 사대강이다. 학자의 전문성이 아니라 상식수준에서의 이성으로 판단하여도 투입된 자원에 비해 별로 얻을 것이 없는 사업이 .. 자그마치 22조라는 돈이 강바닥에 투입되었다. 물론 그 사업에 대한 학문적 근거 자료, 평가 등은 이미 모두 제시되었거나 혹은 만들어 진 바 있다.. 솔직히 난 사대강을 반대하지만 그 돈이 너무 아까워 혹시나 예측하지 못한 긍정적 효과가 있길 기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글을 쓰지만 설령 최대한의 중립성과 객관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난 학자들의 예측은 그닥 믿지 않는다. -_-;; 미래에 대한 예측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때 경제학을 공부하신 박모 형님왈… 경제학자들보다는 차라리 명리학자들 더 잘 맞추는 거 같애….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계산을 하고 예측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점점 그 바램은 요원해지는 거 같다. 심지어 이제와서 학계에서는 왜 도대체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가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결국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 현실에서 학문의 중립성이란 딴나라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더 나아가, 핵심은 학문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학자, 전문가들의 의견이야 어찌되었건, 그건 다 끼워맞출 수 있는 구색일 뿐이라는 인식… (그래… 물론 학문 자체가 불완전하고… 많이 틀리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미래는 없다.) 그리고 연구비라는 족쇄로 꼭두각시 인형 놀음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 학자 개개인을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학자적 양심과 중립성에 충실한 것은 당연한 의무이겠으나, 연구비를 위시한 현실의 각박함을 어떻게 폄하하겠는가? 대안도 마땅하지 않다. 연구비 없이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을 탐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어쩔 수 없이 연구비 깎이지 않게 입닫고, 눈치보고,,,,, 더럽고 불쾌하지만 ‘갑’의 입맛에 맞춰 줄 수 밖에….
이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낼 수 있는 것도 사실 내가 아직 풋내기며 책임지는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여하간 이 배에 타고 있는 나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세월호 선장같은 못난 리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과, 무엇보다 해맑은 나의 아이들을 보며, 이 세상은 고작 이 정도라고 밖에 이야기해줄 수 없을까봐 무섭고 두렵다.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