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이야기 #5> 플라이 낚시…
낚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낚시의 수많은 장르 중에서 ‘플라이 낚시’라는 분야가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끼를 플라이, 즉 날파리와 같은 아주 작은 곤충으로 하는 낚시인데 실제로 곤충을 쓰지는 않고 동물의 털이나 직물같은 것을 사용해서 곤충과 유사한 인조미끼를 만들고, 주로 그런 것들을 먹이로 삼는 송어, 연어 같은 물고기를 잡는 낚시이다. 여기서 이 낚시의 독특한 지점이 발생한다. 인조미끼 자체가 매우 작고 가볍기 때문에 미끼를 원하는 포인트 까지 보내는 것(낚시에서는 casting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이 쉽지가 않다. 통상의 낚시가 어느정도 무게가 있는 미끼를 쓰거나 봉돌이 있기 때문에 그 무게와 낚시대의 탄력을 활용해서 캐스팅이 이루어지는 반면, 플라이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독특한 방식을 활용한다. 인디애나 존슨이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낚시대로 굵고 무게감 있는 플라이 라인을 이리저리 휘둘러서 일종의 파동을 만들고, 그것을 조절해서 라인 끝에 달려 있는 플라이를 원하는 위치까지 보내는 것이다. 그 모습에 상당히 아름답고 또 나름 깊은 세계가 있어서 플라이 낚시는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이 낚시를 대중에게 가장 강하게 각인시킨 것은 아무래도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이 아닐까 한다. 매우 인상적인 이 영화의 포스터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배경이 되는 몬태나 주는 내가 있는 알버타주의 바로 아랫동네이고, 그 만큼 알버타와 캘거리는 세계적인 플라이 낚시 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나도 어릴적에 플라이 낚시에 관련한 책을 보고 여기에 대해 로망을 품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플라이 낚시를 할 곳도 마땅치 않고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매니아들이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까지 취미생활에 전력을 투구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접할 일이 없었다. 사실 플라이 낚시는 덤비기 어려운 느낌이 있다. 서구의 전통낚시 기법 (우리로 치면 견지낚시 같은..)인 플라이 낚시의 이미지는 그들만의 배타적인 성을 구축해 놓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낚시 장비도 매우 비싸다.. -_-;;;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유럽의 제국주의의 냄새가 배어 있다고나 할까? 예전에 스리랑카에 살 때, 실론 섬 중앙의 고산지대인 누와라엘리야 지역에 가면 식민지 시대부터 운영되어온 오래된 호텔 로비에 떡하니 플라이 장비와 송어 박제가 전시되어 있었다. 고산지대라 수온이 낮아서 송어가 살 수가 있었고, 고향 땅의 송어낚시를 잊지 못한 영국인들은 송어를 가져다가 인근의 찬물을 가진 호수에 송어를 풀어서 플라이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그 시절에 도대체 무슨 수로 송어를 유럽에서 스리랑카까지 살려서 갔을까?) 그들이 실론섬의 아름다운 산악지대를 플란테이션 사업을 위해 차밭으로 뒤덮어 버린 것과 겹쳐서 플라이 낚시가 곱게 보이진 않았다. 사실 아메리카 대륙, 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는 이미 그 시절 영국인들이 뿌려놓은 송어 종자가 온통 뒤섞여서 살고 있다. (현재 스리랑카에는 송어가 멸종해서 살고 있지 않다. 그 땅에는 애초에 잘 맞지 않는 종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플라이 낚시의 천국에 왔으나 나는 플라이낚시까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소속된 대학의 Kinesiology 학과 (우리로 치면 운동생리학, 체대 정도..) 교수님 중에 한 분이 낚시광이며, 우리랩과 같이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신다고 하여 소개를 받았다. 그러다가 몇 주 전에 캘거리 북쪽의 아담한 호수로 그와 함께 낚시를 가게 되었다. 그 (Tyler교수) 는 자신의 별명이 Professor Trout이라고 소개하고 본인의 플라이 장비와 밸리보트 (오리발을 차고 물위에 떠서 움직이는 보트)를 빌려주었다. 난생 처음해보는 플라이 캐스팅은 역시 듣던데로 무척 어려웠다. 로드의 탄성과 낚시줄의 무게를 컨트롤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전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입질을 받지 못했고 (타일러는 작은 brook trout를 두 마리 잡음) 조금 민망해진 그가 정오 쯤 되어 인근 다른 호수로 옮기자고 권유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옮긴 호수에서 중치급 무지개 송어 두 마리를 걸었다. 야생의 송어가 보여준 힘은 상상을 뛰어넘었고, 플라이 장비를 사용하여 끌어올리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운동생리학과 교수인 Tyler에 따르면 찬물에 사는 송어는 대사적으로 지구력이 남달라서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마침 날씨도 환상적이라 물위에서 보낸 시간은 지워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았다.

첫 플라이 낚시의 여운이 일상생활속에서도 계속남아서 마켓플레이스 (페북에서 운영하는 당근마켓)를 통해 중고 플라이 장비를 한 세트 저렴하게 마련했다. 여기서 심심풀이삼아, 운동삼아 플라이 캐스팅을 연습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플라이 낚시를 계속하진 않을 것 같긴한데…….. 그래도 한국에 가지고 돌아가면 먼 훗날에 지금의 시간을 추억할 좋은 기념품이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