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다.

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다.

잠시나마 머릿속에서 코로나를 지우고 싶은 분들 위해 최근에 쓴 병원 내 잡지 기고문을 올려드립니다. 세상 근심을 잊고 싶거들랑 진짜 세상(nature)을 바라보세요.

교수 생활의 여백 – “도심에서 맹금류 관찰하기”

<맹금류 소개와 분류>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야생동물, 새, 민물고기 등에 관심이 많아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찾아보고, 방송국에서 간간히 방영하는 자연다큐멘터리를 열심히 챙겨보았습니다. 맹금류에 본격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신문에 난 전통 매사냥 관련 기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설명할 수 없는 열병에 빠져들어 그 기사의 주인공이자 유일하게 전통 매사냥을 보존하고 계시던 전북 진안군의 전영태 옹 (지금은 작고하셨음)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정확한 주소도 몰랐지만 신문기사에 공개된 마을이름과 수신자 이름만 써도 시골은 전달이 될 거라는 일말의 기대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전영태 할아버지께서 제 편지를 받아보시고 직접 투박한 손글씨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급기야 아버지께 졸라서 눈 내린 88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서 진안으로 넘어가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 뵈었습니다. 그 곳에서 책으로만 보던 참매, 보라매 (참매의 유조), 말똥가리를 코앞에서 실물로 봤던 감격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때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여전히 관심을 놓지 않고 혹시 맹금류를 만날까 하는 기대감으로 하늘을 바라보곤 합니다.

맹금류는 매목과 올빼미목으로 이루어진 육식성 조류로 본 지면에서는 야행성인 올빼미목은 빼고 다루고자 합니다. 매목 (Falconiformes) 은 또다시 크게 수리과 (Accipitridae) 와 매과 (Falconidae) 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후술할 계통학 연구의 결과 수리과를 따로 분류하여 수리목으로 보기도 합니다. 수리과는 매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대형이고, 맹금류지만 살아있는 먹이를 사냥하는 포식자 (predator) 보다는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청소부 (scavenger)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종으로 독수리,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말똥가리, 참매 등이 있습니다. 참매의 경우 매인데 왜 수리과로 분류되어 있나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말에서 ‘매’라는 단어가 소형 맹금류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어에서 falcon, hawk를 모두 ‘매’로 번역하게 되지만 falcon은 사실 분류상 매과에 해당하고, hawk는 수리과에 속합니다. 대표적인 사냥매인 참매 (Gosh hawk), 그리고 소형종인 새매 (sparrow hawk) 가 매로 불리지만 실은 매가 아닌 것이죠. 매과에 속하는 새들의 대표적인 종은 매, 황조롱이, 새호리기 등이 있습니다. 매 (peregrine falcon) 는 소위 말하는 ‘송골매’라고 불리는 종으로 (송골매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매의 아종 중 가장 큰 바다매, 즉 peale’s peregrine falcon을 송골매로 보는 이도 있습니다) 최고시속 300km를 넘나들며 경이로운 사냥솜씨를 발휘하는 매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바로 이 녀석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최근의 유전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실 매과의 새들은 매목 보다 오히려 앵무새목 (Psittaciformes)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Shannon J. Hackett et al, 2008, Science). 그러고 보면 검고 커다란 눈, 둥글게 휘어진 매의 부리를 보면 앵무새와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림 1). 놀랍게도 고려시대에 저술된 매사냥 지침서인 응골방 (應鶻方) 에서는 현대의 생물학적 분류와 동일하게 매과를 골속으로, 수리과는 응속으로 나누어 기술했다고 합니다.

<맹금류 식별하기>
조류관찰 시, 새의 크기, 형태, 색깔과 무늬, 날개의 모양과 날갯짓, 비행패턴, 울음소리 등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고 도감과 비교하여 합당한 소견을 가진 종을 찾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정확히 종을 동정 (identification)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조금만 가까이 가도 경계심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망원경을 동원해도 동정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맹금류의 경우 수많은 특징들이 있지만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 가지 방법을 언급하자면, 우선 두상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맹금류는 대체적으로 같은 크기의 다른 조류들에 비해 두상이 큰 편입니다. 이는 전봇대나 나무 등지에 앉아있는 맹금류를 식별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근거는 찾아보지 못했지만 맹금류는 사냥을 위해 고도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 시신경계가 발달한 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한 날개행태, 날갯짓, 비행패턴도 매우 중요합니다. 새의 날개는 습성과 생태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그림 2). 수리과 맹금류의 경우, 특히 흰꼬리수리, 독수리, 참수리 같은 대형 종 들은 대부분의 비행시간 동안 날갯짓 없이 상승기류를 활용하는 범상비행을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 폭이 넓고 긴 날개와 날개 끝에 틈 (slot) 을 가지고 저속에서도 최대한의 양력을 유지할 수 있는 passive soaring wing 형태를 가집니다. 반면 매과의 중소형 맹금류들은 끝이 뾰족한 high speed wing을 가지고 날개를 고정한 채 활강을 하다가 날개를 접고 먹이사냥을 위해 급강하하는 비행을 선보입니다. 조류관찰을 하는 경우 대부분 멀리서 비행하는 새를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살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종에 따라서 두 날개 형의 중간 정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 사냥 습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취합니다. 주로 바닷가 절벽과 같은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사냥하는 매와 달리 주로 산지의 잡목림에서 꿩이나 토끼를 사냥하는 참매는 급격한 방향전환, 급정지, 좁은 공간에서의 묘기 비행을 위해 상대적으로 길이에 비해 폭이 넓은 날개와 부채꼴의 큰 꼬리깃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황조롱이 같은 경우 들판의 먹이감을 발견하면 조준점을 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드론처럼 정지하는 ‘정공비행’하는 모습이 특징적입니다.

몸체와 날개의 무늬를 구별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같은 종일지라도 성별에 따라, 성조나 유조냐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띄기 때문에 종감별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다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참매의 유조인 보라매인데 보라매일 때는 몸통 전반부에 갈색의 물방울 모양 무늬를 띄다가 성조가 되면 회색 빛 가느다란 수평무늬로 바뀌게 됩니다. 대표적인 맹금류 몇 종의 성별에 따른, 연령에 따른 도해를 올려드리니 참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림 3). 이처럼 조류의 종 감별은 무척 난해합니다. 솔직히 저도 다년간 새를 봐왔지만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맹금류 여부와 대략적인 카테고리 정도만 판별하는 수준입니다. 아주 특징적인 종, 예를 들어 날개 편 길이가 2~3미터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수리과인 독수리, 꼬리깃이 하얀 흰꼬리수리 성조 혹은 자주 본 황조롱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긴가민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도시에서의 맹금류>
조류의 세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는 당연히 여타 새들에 비해 개체수가 적어 도시가 아닌 산이나 들에서도 관찰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도시환경은 맹금류가 살기에 녹록한 조건은 아니어서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몇몇 종들은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적응을 하여 살아갑니다. 매 (송골매) 가 미국의 대도시 초고층 빌딩에 둥지를 틀고 새끼까지 키우며 사는 모습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주로 바닷가의 높은 절벽위주에 사는 매의 습성을 생각해볼 때 도심의 마천루도 어쩌면 그들이 살기에 적합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부산 해운대에서 매가 번식한 사례가 종종 보고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나마 가장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 매과의 소형종인 황조롱이입니다.

황조롱이는 30 cm 정도 크기, 황갈색 몸통에 까만 반점을 가진 비둘기 크기의 맹금류로 우리나라에서 텃세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참새와 같은 작은 조류, 설치류, 곤충 등을 잡아 먹고 살고 특히 도시에서는 아파트나 빌딩, 교각 등지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합니다. 전임의 시절 근무하던 병원의 제 자리가 12층 창가라 우연히 교미하는 황조롱이 한 쌍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틈틈이 주변을 열심히 탐색하면서 황조롱이의 둥지도 찾고,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기록하였습니다. 당시 탐조일지에 따르면 3월 초순에 열심히 짝짓기를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둥지를 두고 여러 마리의 황조롱이가 영역다툼을 하는 모습도 목격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장소가 새끼를 기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나 봅니다. 학군에 따라 움직이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생각납니다. 이후 4, 5월에 걸쳐 새끼를 기르는지 부부가 열심히 먹이를 둥지로 나르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습니다. 새끼 황조롱이의 이소 (離巢, 새끼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 가 6월 초순경에 목격되었는데 아직 솜털이 다 빠지지 않은 새끼들이 비행이 미숙하여 병원 벽에 나란히 붙어 있던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부모 황조롱이는 자식들에게 비행의 첫걸음을 떼게 하려는지 일부러 먹이를 주지 않고 다그치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태학적 관점에서 올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배를 곯는 새끼들이 불쌍해 인근 마트에서 생닭다리 몇 조각을 사서 창 밖에 둬봤더니 한 녀석이 도둑고양이처럼 날아와서 집어가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황조롱이 부부가 합심하여 자식을 기르는 모습을 볼 때, 당시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씨름하던 저와 아내의 모습이 투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 4).

황조롱이는 사실 생각보다 무척 흔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황조롱이를 제외한 다른 맹금류를 관찰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쉬운 것이 수리과 중형급 조류인 말똥가리입니다. 서울 도심보다는 근교의 야산, 가까운 들판이나 개활지 주변에서 까마귀, 까치와 달리 날개를 고정하고 중후한 범상비행을 보이는 새가 있다면 말똥가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은 한강이라는 놀라운 공간이 있어서 생각보다 조류의 다양성이 큽니다. 밤섬 주변은 겨울철에 많은 철새들이 찾아 드는 것으로 유명하고, 흰꼬리수리와 같은 대형 수리를 강남이나 여의도, 동작 부근에서 관찰한 적도 있습니다 (그림 5). 특히 겨울철은 맹금류를 관찰하기에 최적인 시기입니다. 산속에 살던 맹금류 들도 먹이를 찾아 도시 가까이 내려오는 경우가 많고, 상당수의 맹금류가 겨울철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겨울철에는 언제 어디서 맹금류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야외를 이동할 때 감각을 하늘로 집중하고 다닙니다.

<서울아산병원 근처의 맹금류>
지난 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남몰래 품었던 생각은 일터 주변에서 더욱 많은 맹금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습니다. 성내천, 올림픽 공원, 풍납토성과 같은 녹지가 주변에 많아 서식환경이 좋고, 특히 한강을 곁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다소 멀지만 한강상류인 팔당대교 인근은 희귀한 대형 수리인 흰꼬리수리와 참수리가 매년 겨울을 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수리류의 활동영역은 광범위 하기 때문에 아산병원 인근까지 출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병원 주변을 탐조한 적은 없지만 출퇴근 길에 파크리오 인근에서 황조롱이, 새호리기로 추정되는 맹금류의 비행을 수 차례 확인하였고, 병원을 쏘아 다니던 중 창 밖에서 날고 있는 매과의 맹금류 (순식간에 지나가서 종 동정에는 실패함) 를 다수 확인하였습니다. 기대했던 대형 수리류의 경우 2019.12.12 출근길에 올림픽 대교 상공을 나는 것을 보았고, 최근 2월 17일에도 신관복도에서 목격하였습니다 (그림 5). 황조롱이의 경우 사시사철 관찰이 되고, 제가 근무하는 연구실에서도 ‘끼끼끼끼’ 하는 황조롱이 특유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직 둥지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분명히 병원 인근에 텃새로 번식을 하리라 추정합니다. 무엇보다 서울아산병원 정도의 환경이라면 황조롱이 뿐만 아니라 송골매도 충분히 품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진료, 연구, 교육에 힘쓰시는 여러 교수님들, 막중한 업무 가운데서도 가끔 창 밖으로 눈과 귀를 돌려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하늘을 매끄럽게 활강하는 황조롱이나 매, 시리고 푸른 겨울하늘을 꽉 채우는 거대한 수리의 장엄한 비행을 serendipity로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병원 인근에서 맹금류로 의심되는 조류를 목격하시면 편하게 아산넷으로 제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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