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이야기 #10> 캘거리의 추위
-유달리 따뜻했다는 올 해 이곳 겨울 (나야 처음이니) … 드디어 지난주 한파가 몰아 닥쳤다. 금요일 최저기온이 영하 36도…

-사실 영하 20도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 이곳은 dry cold라서 같은 기온이라 하더라도 한국이 훨씬 더 춥다. 체감상 10~15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즉 여기 영하 20도라면 한국에서 영하 5~10도 정도 느낌이라는 것이지. 같은 캐나다에서도 동부의 온타리오 쪽은 기온이 여기보다 높지만 한국과 비슷한 습한 추위라서 더 춥게 느낀다고 한다.

-그렇지만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리면 같은 영하 20도라도 훨씬 춥게 느껴진다. 체감온도 (이곳에서는 Wind chill이라고 함)가 확 떨어지면서 모자나 바라클라바, 방한 장갑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쉽지 않다.

-영하 30도가 넘어가면 확실히 좀 다르다. 일단 집 밖에 나가서 입으로 숨을 들이쉬면 폐포까지 찬공기가 넘어오면서 기침반사가 유발된다. 코로 들이쉬면 비강에서 좀 공기가 데워지는지 기침이 덜하다. 현지인들도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지는 추위는 버거워하는 듯 하다. 스키장, 호수 스케이트장 같은 야외활동을 하는 곳은 모두 extreme weather 때문에 몇 일을 문 닫았다. 그러나 학교를 비롯한 업무는 정상 진행된다. (단, 학교에 결석생이 절반정도라고..) 랩의 동료에 따르면 셧다운에서는 추위보다도 눈이 더 중요하고, 본인이 여기 살면서 딱 한번, 눈이 3피트 정도 왔을 때 경험해 봤다고 한다. 다만 버스 등이 눈길에 쳐박히고 멈추고 하기 때문에 출근이 늦거나 하는 일들은 모두 용인된다고 한다.

-가장 기온이 낮을 때 끓는 물을 뿌려봤는데 유튜브 영상처럼 바로 얼지는 않았다. -_-;;; 걍 수증기만 엄청 일어나고 뜨거운 물은 그냥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도 집안 창가에 응결된 물들이 다 실내에서 얼어붙어 얼음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뒷마당 모닥불 아래에 화재 방지 목적으로 깔아 놓은 눈들이 불의 열기에 녹았다가 수증기가 그대로 응결되면서 꺼꾸로 솟아오른 듯한 신기한 얼음결정을 형성하더라.

-이 곳의 눈은 한국눈과 설질이 다르다. 큰 눈송이가 아니고 powdery snow라고 모래알갱이 같은 눈들이 찬찬히 계속해서 내린다. 서로 뭉치지 않아서 바람이 불면 모래바람처럼 휘몰아치고 쌓이는 것도 균일하지 않다. 공기가 건조해서 그렇다는데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여하튼 powdery snow는 스키 탈 때는 좋지만 잘 뭉쳐지지가 않는다.
-강추위와 함께 찾아온 큰 눈을 가지고 지난번에 임시로 만든 설동을 확장하여 성인 남성이 누워서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영하 30도의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3일을 뒷마당에서 뒹굴었다. 제작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powdery snow 때문이었다. 잘 뭉쳐지지 않으니 눈을 쌓기가 어렵고, 충분한 높이를 확보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플라스틱 박스에 눈을 최대한 우겨넣어 눈벽돌을 만들고 (꾹꾹 누르면 어느정도 모양은 잡힌다. 잘 바스러지지만) 이글루 처럼 3층으로 테두리를 두른 후 중앙에 눈을 최대한 쌓았다.
-막상 완성을 하고 보니 그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_-;; 오늘밤도 영하 30도인데 아무리 설동이지만 저 안에서 자다가는 변사체가 될 것 같다. 다음주에 기온이 영하 10도 때로 떨어진다는데 그때 기회를 봐서 시도해봐야겠다.
(영하 30 아래로 내려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여럿 생겼다. 우선 보일러가 고장났고 -_-;;;; 현재는 차에 경고등이 뜬 상태이다. 영하 36도에 보일러 고장은 거의 재난급의 이벤트였다. 문제해결의 과정은 추후 한 편의 에세이로 정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