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 김홍동 선생, 현대의 조선(釣仙)에게 명복을…

위수 김홍동 선생, 현대의 조선(釣仙)에게 명복을…

#1. 어느날 갑자기 생각나 검색해 보니 위수 김홍동 선생님께서 작년에 96세를 일기로 작고 하셨네… 중학교 시절, 동대구역 근처 서점에서 우연히 갱지로 된 선생의 ‘쏘가리따라 삼천리'(쏘가리 낚시계에 바이블, 구약과 같은 책)를 발견하고 구입해서 무슨 비서를 얻은 것처럼 틈날 때마다 펼쳐봤는데.. 이분의 삶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량’이겠다. -_-;; 그것도 대단한 한량.. 거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지금으로 치면 조선의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명성을 떨쳤고 이후 6.25, 독재정치시대의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얻은 내상을 낚시로 치유하셨다. 우리나라 쏘가리 루어낚시의 1세대이자 최고 원로였고 어탁을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린 김홍동 선생은 낚시가 단순한 ‘심심풀이’, ‘포획’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공명하는 고도의 정신과정’임을 몸소 보여주셨다. 내가 그분을 알았을 때도 이미 반인반선처럼 보였는데 나도 한동안 잊고 있다가 찾아보니 그새 우화등선(羽化登仙)하셨구나. 아~~

#2. 낚시같은 걸 가지고 뭔 이런 이야기가 많나 하겠지만 무릇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나름 깊은 도가 있다. 개인적으로 장자의 ‘포정의 소 각뜨기’편을 무척 좋아한다. 사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외부와 내부의 상호관계속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사이에는 인간의 감각기관, 신경계, 근골격계, 지식 등이 갖가지 작용을 하고, 반복된 경험과 다양한 case 를 거쳐 하나의 robust한 system을 이룬다. 가축을 잡고 살을 바르는 도축자 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는 의사도 그러하고 프리킥 차는 호날두도 그러하고 마늘을 까는 시골 할머니도 그렇다. 무협지에 나오는 신검합일(神劍合一)의 경지란 정말 사람과 검이 합쳐지는 만화적 장면이 아니라 특정 행위에 대해 고도로 발달된 neuromuscular system을 일컫는 게 아닐까 한다.
낚시라는 것은 기상과 물고기의 습성 등 자연이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확히 미끼를 투척하고 강바닥의 구조를 읽는 등 섬세한 감각과 동작수행 능력이 요구되는 활동이다. 불행히도 난 최하수 급이라 어디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만…..

여하간 결론은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활동이 있고 그 각각에 많은 사람들이 매진하고 있다. 은둔고수는 곳곳에 숨어 있으니 한없이 겸손해도 모자랄 판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