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노곤함..

삶의 노곤함..

1월 중순에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 몇 주전부터 주말마다 집사람과 함께 이사할 집으로 가 도배하기전 문, 창문, 문틀이며, 천장의 몰딩등에 페인트를 칠했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이사를 했지만 늘 집이 작아서 직접 페인트 작업을 해왔기에 그랬던 것인데… 아뿔싸 .. 너무나 힘들었다. 집이 별로 커진것도 아니지만 어쩐 일인지 아내와 나는 매번 녹초가 되었고, 아침이면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은 근육통과 함께 눈을 떴다.

이제 우리는 보금자리를 직접 꾸밀만큼 열정에 찬 신혼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일상은 육아와 각자의 업무에 시달려 이미 더 태울 기름이 바닥이 나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이사의 와중에 난 국가과제 계획서를 두개 쓰고, 밀려둔 논문을 하나 후려치고 집사람도 프로젝트 하나를 종결을 했다) 페인트칠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집사람이 지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여보….. 우리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소중하지만…. 그것만으론 이 노고가 보상되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이상한걸까?”

최근에 겸이에게 펭귄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부모 펭귄은 차가운 남극바다를 헤치며 먹이를 먹고, 긴 항해끝에 집으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그것들을 토해서 먹인다. 그들의 고행도 우리에 비해면 못하지 않은것 같은데.. 어쩐 일인지 그들은 당연하고, 설명되고, 만족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먼 남극의 펭귄이 아닌 당장 병원 창 밖의 황조롱이만 봐도 그렇다. 짐승과 인간의 차이일까? 사람은 이미 고독한 군주가 되어서 일까? 우린 왜 이 생(生)의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어떤 부족함을 느낄까? 이런 말하면 싫어하겠지만 그날 지쳐 잠든 집사람의 얼굴에서 문득 늙어감을 감지했다. 얼굴이 삭았단게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 이 사람의 모든 모습이 기억과 상상속에서 소환되어 지나갔다고 할까?

이제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일상은 변함없이 또 그렇게 흘러간다. 나의 빈곤한 사고력으로 우리의 늙어감과 곤고함에 대한 본질적 해답에 이르는 길은 요원할테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곁에 있는 가족과 이웃, 동료의 존재, 그들과 나누는 어떤 연대가 늘 함께하고.. 이런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봉우리를 넘는 큰 힘이 되는것을…. 무슨 대단히 가치의 추구의 존귀함보다도 말이다.

이사기간 먼곳에서 오셔서 쉬지도 못하시고 동생을 도와주신 처형윤수정 과 페인트칠 할 때 아이들을 봐주신 좋은 이웃 정봉광쌤 가족께 진심으로 감사를 올린다.

피로야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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