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에 관한 소고..

빨래에 관한 소고..

오늘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코이카 협력요원 동기형들 몇 명과 치맥을 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안에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이 말씀 하시길.. “마누라가 무릎수술 받는다고 한달 정도 집에 없었는데, 밥먹고 설겆이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데요. 나는 빨래하게 젤 힘들더라고.. 널고 개고 정리하고.. 어유~” .. 나도 동의를 하면서 이렇게 대답해 드렸다. “맞습니다. 근데 전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요. 옛날 같았으면 이거 손으로 빨고 헹구고 짜고 해야되는데 지금은 사실 상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우리는 널고 개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덜 힘들더라구요..”

집에 애를 둘 키우다보니 빨래가 많다. 거의 3일에 2번 정도는 빨래를 돌리는데 정말 널고 개고 정리하는 것이 일이다. 실제로 난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는데 집에서 곰곰히 생각보니 진짜 옛날에 비해 세탁기가 있어서 빨래로 인한 가사노동이 줄어들은 것인가 의심이 들었다. 옛날에 물론 세탁기는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옷이 많지도 않았을 것이고, 좀 더러워도 일주일씩 이주일씩 입다가 어쩌다 빨고,, 그러면 실제로 빨래로 인한 노동의 절대적 양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적지는 않았을까?

내가 스리랑카에 혼자 살 무렵을 떠올려보면, 물론 남자 혼자 엉망으로 살긴 했지만, 난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를 했었다… 와이셔츠는 두벌 정도 가지고 로테이션을 했다. 열대지방이라 퇴근하면 셔츠가 땀에 푹 젖어있었지만 퇴근하자마자 웃통 벗어 난간에 말린 다음 2일 후에 입으면 그럭저럭 입을만 했다. 그러니까 하난 말리고 하난 입고 그렇게 번갈아가며 입으면 한 2주는 셔츠를 안빨아도 되었다. 수건도 (지금은 한번 젖으면 바로 빨지만..) 빨기 귀찮으니까 하나 쓰기 시작하면 최소한 일주일은 썼던 거 같다. (수건이 젖으면 좀 있으면 쉰내가 난다만, 계속 쓰다보면 그 냄새가 사라진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내 후각이 둔해졌던 것인가?) 여하간 그때는 빨래가 큰 부담은 아니었다. 뭐 엄청 후줄근하긴 했다. 그래도 잘 티가 안나서 괜찮았다. ㅋㅋㅋ

여하튼 세탁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가전제품, 편의장비가 많아졌으나 실제로 우리가 뭔가 편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무릇 사람이 제 아무리 똑똑한 척 해봤자 나쁘면 남을 속이는 것이요, 잘해봤자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빨래를 개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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