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산은 일년 중 여름 증수기에 몇 번 신비로운 계곡이 열린다. 큰 비가 오고 한 두주 후가 되면 산은 머금었던 물을 맑게 걸러 계곡으로 토해낸다. 물론 평소에도 물이 흐르지만 졸졸 흐르는 수준이라 애처로우며, 바윗돌은 수많은 등산객이 일으킨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여긴 어쩔 수 없이 서울 땅이라는 듯 맥이 빠져 있다.
그러나 증수기가 되면, 콸콸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씻겨진 돌들이 물속에서 이게 바로 내 본모습이라고 외치며 손짓한다…. 작은 피라미 바늘에 지렁이 한토막 끼워 돌틈에 집어 넣으면 어김없이 손가락만한 버들치가 물고 늘어진다. 한 고비 한 고비 넘을 때마다 소에 고인 저 옥빛 물색은 또 어떻고…. 금강산이고 화양구곡이고 다 필요없다…

아이들 노는 걸 뒤치닥거리 하다…. 왠지 모를 억울한 마음에 에라몰라 나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릴적 여름이면 찾아가던 팔공산 자락의 계곡들, 청도 운문댐 근처 삼계리 계곡들은 여전히 잘 지내려나….. 이 관악산 계곡이 우리 아이들 머리속에 아득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차로 10분 거리에 이런 곳을 만날 수 있다니… 그것도 맨날 이렇게 좋으면 지겹고 사람도 많겠지…. 딱 여름, 증수기에 운좋게 만나는 관악산 계곡…. 또 만나러 가겠습니다. 함께 한 정봉광 (Bong-Kwang Jung)선생님과 루아…. 너무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