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나 지금이나 나는 음악을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누구의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거나 앨범 같은 걸

#1. 예나 지금이나 나는 음악을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누구의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거나 앨범 같은 걸 사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귀한 내 돈을 주고 앨범을 산 기억이 몇 번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아마도 첫 번째) 중학생 때 산 크랜베리스의 “No need to argue”이다. 이 앨범을 사게된건 우연히 EBS인가 어디서 MTV같은 걸 방영하는데 나온 왠 검은 옷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한 여자가 부르는 ode to my family 라이브를 접하고 완전히 매혹되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도 할 수 없던 시절…. 무슨 노랜지도 모르고, 어떻게 찾았는지 기억도 나질 않지만 우째우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과 그 노래가 들어 있는 앨범 이름을 찾아내어 오성중학교 앞에 있던 자그마한 레코드 가게에 갔다. 굉장히 뻘쭘하게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이라..) 테이프가 있는지 물어보고 사왔다. 그 앨범은 그럭저럭 열심히 들었는데 같은 독서실을 다니던 친구가 테잎을 보더니 “어.. 크랜베리스네..!!” 하고 빌려가더니 끝내 돌려받지 못했다. 아마 그 친구가 늘어지게 들었던 거 같은데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돌려달라고 해도 쭈삣쭈삣 하면서 돌려주지 않아서 나도 짜증도 내고, 독촉도 해보다가 잊어버렸던 것 같다.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남씨 였고 이름에 현자가 들어갔나? 현우였던가… 솜털만 뽀얗던 나에 비해 덩지는 좀 컸고 벌써 수염이 거뭇거뭇했지만 포악한 친구는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얼굴만 비교적 또렸히 기억이 난다.

#2. 이 앨범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는 ode to my family가 아니라 I can’t be with you였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핸드폰으로 찾아 듣는다. 신비로운 느낌의 인트로가 귀에 울리면 자연스럽게 중학생 시절의 세계로 돌아간다. 청각이나 후각 같은 것들은 뭔가 오래된 기억이나 원초적 감각과 잘 연결되어 있을텐데… 뇌신경을 공부한 (아니 지금 내 상황을 보면 “하던”..) 입장에서 찾아보면 변연계와 쉽게 연결되어 어쩌고 fMRI로 분석하고 어쩌고 한 논문들이 수두룩 하겠지만 그딴 건 찾아보기도 귀찮다….. 중학생 때는 경신중학교가 있는 학원가 골목의 우성학원에서 단과반을 끊고 수학같은 걸 배웠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그 학원건물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했었다. 어둑어둑하고 형광등 불빛에 점점이 밝혀진, 책상 양쪽에 격막이 둥그렇게 튀어나온 독서실 책상이 닭장처렴 빽빽하게 들어찬 그곳이 생각난다. 쉬는 시간이면 뛰쳐나와 독서실 앞 분식점에서 달고매콤한 양념을 덧발라 가며 구운 닭염통 꼬치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나…. 한 두 꼬치 먹던게 감질나 나중에 돈 벌면 실컷 먹어봐야지 맘 먹은 적도 많았다. 중 3 때, 선행학습을 한답시고 배운 일반수학의 정석을 배울 때 그 까깝함도 생생하다. 집합이고 머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고, 난 죽어도 그 두꺼운 책을 결코 다 못 볼 것만 같았다….

#3. 뒤늦게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부고를 접하고 오늘 애들을 가평의 천문대에 데려다준 후 집에 혼자 돌아오는 차안에서 오랜만에 I can’t be with you를 반복해서 들었다. 머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한 아일랜드 뮤지션이 죽은게 내 인생에서 무슨 큰 일이겠는가? 예나지금이나 음악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중학교 이후 크랜베리스 음악을 찾아가며 들은 것도 아니고, 살아있은 들 그가 생산하는 다른 음악들에 관심을 기울일 것도 아니니…. 짬내서 스마트폰으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그가 나보다 10살 정도 밖에 안 많다는 점과, 이혼한 전 남편과사이에 애가 셋이 있어서…. “에고~애들은 우짜노..” 했지만…. 뭐 엄마가 유명 뮤지션이니 먹고 살 걱정은 없겠지 하는 속물적인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 대부분이다. 당장 내 앞가림하기 힘든 처지에 누굴 추모하고 자시고 할 형편이 아니다. 어쩌면 나에게 앨범을 빌려가고 주지 않은 그 친구는 많이 슬퍼할랑가? 집에 혼자있는 지금 이 시간에 기회랍시고 논문을 좀 정리하려고 메뉴스크립트 워드 파일을 열었더니 다시 까깝함이 온 몸을 죄여온다. 그 까깝함은 엉뚱하게 또 이런 페북에 글질로 변질되었다. 아~ 내일 아침에 출근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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