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마지막달, 근전도턴… 기초부터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닥쳐서 하는 통에(이바닥 일이 다 그렇듯이..) 여러모로 삽질 중이긴 하나 나름 하우스놀이하는 것같은 매력이 있다. Charcot-Marie-tooth였던 최초의 환자분(이름만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 부터 spinal muscular atrophy로 의뢰되었으나 막상 해봤더니 잘보기 힘든 Charcot-Marie-tooth type 3 or 4가 의심되는 소아환자… 그리고 in-training시험 족보에서 봤던 HNPP(Hereditary neuropathy with liability to pressure palsy)까지.. 급기야 오늘은 오전 했던 세 분중 두분이 motor neuron disease가 강력히 의심되는 소견을 남겨놓고 떠나셨다. 불편한 환자분들, 그것도 대부분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 희귀병을 찾아내는 것이 그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일텐데 나는 어쩌면 그 순간, 퍼즐을 맞추는 쾌락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른다. 존경하는 과장님은 외래에 항상 조그만 노트를 주머니에 넣고 오신다. 반복되는 3분 진료속에 뭔가 번뜩이는 case가 나타나면 갑자기 집중력을 극도로 상승시키시며 낡은 노트에 환자분 이름과 병록번호를 적으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따라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근전도를 하며 드디어 시작했다. 일년차때부터 모았으면 더 많은 재산을 축적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 비록 가난하여 적금들 돈은 없다만, 이거라도 시작해서 차곡차곡 쌓아야겠다… 그 쌓인 재산의 나의 쾌락으로 생긴 부채감을 탕감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