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서스펜스…

한밤의 서스펜스…

여유로운 토요일밤. 열심히 자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눈을 떠보니 새벽 세시, 아이들을 재우다 일찍 잠들었던 집사람은 새벽에 깨서 곧 개봉할 호빗2를 예습하기 위해 못봤던 호빗1을 다운받아 보고 있던 참이었고 놀란 목소리로 나를 다급히 깨웠다. 함부로 문을 열어 줄 수는 없어 누구냐고 계속 소리쳐도 문밖의 괴인들은 아랑곳없이 문을 두드리며 열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 평화롭기 짝이 없는 가족 기숙사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문구멍을 보니 글쎄 경찰관 두명이 서있는게 아닌가? 소시쩍 오토바이 탈 때 경찰만 보면 도망다니던 버릇이 있어, 난 또 내가 뭔가 범죄를 저지른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ㅋ 어쨋거나 상대방은 확인되었으니 문을 열었다. 경찰들은 다짜고짜 나에게 폭행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일단 잘못된 것이 틀림없으니 한숨은 놓았다. 그들에게 전혀 신고한 적이 없다고 거듭 설명하니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출동명령 문자를 확인하더니.. 아 문자가 잘못왔다.. 건물 동수가 첨에 온 문자랑 바뀌어서 오는 바람에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뒤늦게 정의로운 시민 코스프레를 발휘하여 그들에게 진짜 문제가 생긴 건물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마침 겸이가 깨서 울부짖자 매우 난감해하며 미안해 하는 경찰들에게… 괜찮다고 괜찮다고 어서 출동하시라고 안심시켰다. 그들은 황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집사람과 이게 뭔일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참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바로 옆건물인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내가 좌우지간 집밖에 나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도 무척 궁금했는지 내가 나가볼까하고 넌지시 미끼를 던지니 나가보라는 눈치였다. 얼씨구나.. 잠옷에 점퍼만 걸치고 쓰레빠를 끌고 집을 나섰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새벽, 신고가 왔던 그 건물 앞에는 역시 경찰차가 서 있었고 나는 입구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바닥에 핏자국이 있는 것이었다.!! 선혈이 낭자한 것은 아니었지만 떨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핏방울이 뚝뚝 흘러 있었고, 그것은 엘리베이터로 이어져 있었다. 뭔가 강력사건임을 직감한 나는 긴장감이 온몸을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올라갈까? 말까?.. 괜히 올라갔다가 흉기를 소지한 피의자와 맞딱드리면 어떡하지? … 우선 주변을 살폈다. 우리집과 동일한 호수인 그 집에 불이켜져 있는 것은 확인을 하였고, 엘리베이터를 보니 6층에 멈춰있었다. 신고는 분명 5층이었으나.. 엘리베이터를 생각해보민 실제 싸이트는 6층일 수도 있다… 계단으로 가려했으나 자동으로 켜지는 불과 발자국 소리를 생각할 때 엘리베이터가 나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엘리베이터 안에도 핏자국이 선명했다.

7층에서 내린 나는 조심스럽게 낌새를 살폈다. 아랫층이 조용한 것을 보니 6층은 아니다. 영화를 본 건 있어가지고 델타포스마냥 잠옷에 쓰레파 차림으로 계단의 사각지대를 찾아 은폐엄폐하며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역시 6층은 아니었다. 5층에서 대화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5층이 바로 그곳… 천천히..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아까전에 봤던 그 경찰의 목소리가 주로 들리고 신고한 듯한 사람의 목소리도 들렸다. 문밖에서 들리는 것이라 정확하진 않았지만…. 대충 눈치로 보아하니 누군가 취중에 그집 문을 열고(어떻게 열었는지 모르지만..)들어와 행패를 부린 것 같고… 뭔가 치정관계가 얽혀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었다. 핏자국은 설명이 안되지만 여하간 부상의 정도는 심하지는 않았는지 경찰관과 행정처리에 대한 사항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세한 영문이 궁금하여 밖에서 기다리다가 경찰한테 물어볼까 하다 지나친 오지랖처럼 느껴져 쫄래쫄래 집으로 들어왔다.

집사람에게 첩보내역을 보고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빌어먹을 꿈에 그 경찰들이 나타나 날 밖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니가 진범이라고, 우리가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우기질 않는가? 꿈 속에서 ‘에이… 괜히 오지랖 부리다가 CCTV에 찍혔나?’하고 속상해하던 차에 깨어보니 아이들이 벌써 일어나 뛰어놀고 있는 아침이었다.

(경찰분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신고가 들어오고 출동할 때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전근무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